오산기지 압수수색과 ‘대미충성 경쟁’의 민낯
지난 7월, 내란 특검은 ‘12·3 계엄령 모의 사건’ 수사 일환으로 경기도 평택 오산 공군기지 내 한국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압수 수색했다. 주목할 점은 이 조치가 엄연히 한국군 작전시설을 대상으로, 군부대의 정식 승낙을 받아 적법하게 수행된 수사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 매체와 정체불명의 시민단체는 갑작스레 “한미동맹 훼손”, “적국에 군사상 이익 제공”, “관세 보복의 빌미”라는 어마어마한 용어를 들이대며, 특검이 마치 이적행위라도 한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이들 보수 매체의 기사를 읽노라면, 한국이 누구의 나라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들은 왜 한국의 주권을 제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하다. 대한민국 공군의 지휘시설에 대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대한민국 법에 따라 수색을 진행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어떤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에게도 보고됐다”, “관세 폭탄의 빌미가 됐다”며 앞뒤 없는 연쇄논리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의 출처가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시민단체라는 사실이다. 군사외교, 국제경제, 대미외교까지 총망라된 고도의 기밀 사안들을 이 단체는 어떻게 알았는가?
하지만 이들의 배후에는 국내 보수정치의 총책인 보수언론이 있다. 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관세협상으로 미국이 이재명 정부를 압박하라는 투의 보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정치적 연기’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언사들이 체계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한국의 보수 언론은 수십 년간 ‘한미동맹’을 외쳐 왔다. 문제는 그 동맹의 해석이다. 이들에게 ‘동맹’이란 언제나 미국의 이익에 맞춰 자국의 주권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해왔다.
“압수수색으로 미국이 분노했고, 이로 인해 관세 보복이 강화된다”는 식의 논리는 더는 동맹이 아니다. 이는 용병 계약이자 복속 선언에 가깝다.
그들의 관점대로라면,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모든 한국 영토에 대해 대한민국 수사기관은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은 물론,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무너뜨리는 주장이고, 더 나아가 국가 부정의 모습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 사안을 대미협상, 특히 관세 협상과 직접 연결시키는 시도다. 일부 언론은 미국이 관세에서 한국을 더 압박해 “이재명 정부를 좌초시키길 바란다”는 뉘앙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언론들은 외국 정부의 협상전략에 국내 정치 목적을 반영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 안보 사안을 정권 흔들기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런 하찮은 국민성을 가진 국가를 상대로 미국이 양보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비판이 결국 “관세폭탄 → 대기업 피해 → 국가경제 타격”이라는 고전적 도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자. 이 관세 협상은 대한민국 서민과 거의 무관하다.
오히려 중산층과 상류층, 전체 국민의 10% 내외에 해당하는 계층이 피해를 입을 뿐이다. 낙수효과는 이미 십수년 째 느껴본 적도 없다. 이미 국민의 60% 이상 서민은 이들 대기업의 영향권 밖에서 살아가며, 오히려 관세 협상 불발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 상대적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끝으로 이 사안을 두고 등장하는 ‘미군 철수’ 공포론은, 이제 진지하게 다시 논의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군사 주권이 미군 주둔 여부에 따라 흔들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안보 위기다.
게다가 미군은 주둔비를 내는 것도 아니고, 혈맹으로 봉사하는 것도 아니다. 분담금은 해마다 수조 원이 넘어가고, 그것은 용병 계약이다.
그렇다면, 원한다면 미군은 철수하는 게 좋겠다. 러시아든 중국이든 다른 국가의 ‘군대’를 미군에게 주는 만큼 주고 들일 수도 있다는 게 주권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미군이 빠진 자리 중국군으로 대체한다고 우리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다.
그러나 지금,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는 자국 정부보다 외국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심지어 자국의 수사기관을 외세에 대한 ‘도발자’로 몰고, 미국의 처벌을 대신 요구한다. 이것은 척결돼야 할 내부 종속이며, 정신적 식민 상태다.
이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의 나라에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