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 간의 상호 관세율을 15%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한국 정부는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 야당과 보수 성향의 언론들 역시 협정 내용을 두고 마치 '상당히 괜찮은 거래'라도 된 듯 평가했다. 여당은 "소고기와 쌀을 지켜냈다"는 논리로 성과를 자찬했고, 대통령이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하느라 이가 흔들렸다는 식의 고생담까지 뉴스에 포함됐다.
그러나 협정의 핵심 내용을 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미국 측이 요구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은, 한국의 전체 외환보유액에 근접하는 규모다. 이는 단순한 통상 협정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전략적 자산을 사실상 미국에 넘기는 수준의 약속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투자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90%, 한국이 10%를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손익 구조 자체가 불균형적일 뿐 아니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의 책임 분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손해는 전적으로 한국이 떠안게 되는 구조다. 미국에는 실익, 한국에는 '모호함'만 남는 '비굴한 조약'인 셈이다.
더 웃기는 건, 부자들의 이익을 지킨 협정인데, 그 대가로 국부의 거의 전부를 내주는 조건인 부분이다. 미국은 관세 이익이 늘어 전 국민에게 600달러를 나눠 준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협정을 맺을 거면, 우리가 왜 이재명을 당선시켰을까?
또 정부는 이런 중대한 조치를 국민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고,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부자들의 이익에 몰두하는 보수정치권 마저 찬성하는 내용이니, 국회 비준조차 요식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항을 대통령이 혼자 판단하고 서명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구조라면, 이는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통상 조약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그 결정이 국민의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한 나라의 외환 자산 대부분을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사안은 국민투표 등 직접적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다. 대통령의 고뇌는 결정의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미국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당신들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니 대통령 한 사람이 결정해도 괜찮다"는 조롱적 전제다. 그러나 한국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이며, 모든 중대 사안은 국민의 이름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미국이 가르쳐준 민주주의 원리를 이제 와서 스스로 포기하는 모순은, 그간 국제 사회에 쌓아 올린 민주주의 국가 한국의 위상을 흔들 수도 있다.
한국은 윤석열 같은 외로운 늑대 한마리가 독단적으로 계엄령을 꺼내들지 못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이재명대통령이 잊은 것은 아닐까? 혹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실패가 이재명 한 명의 파워로 무산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더불어 의문이 드는 점은, 한국 측 협상단이 과연 미국의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국의 이익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기존 FTA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관세를 밀어붙이는데도,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협상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트럼프가 아닌 트럼프의 할애비가 와도, 할 말은 분명히 했어여 한다. 한국 협상단은 미국에게 다음과 같은 답변을 요구했었는가 묻는다.
"기존 FTA 협정을 왜 파기해야 하는지 마땅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만약 이에 대한 질문도 없었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협정은 '무조건 체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협정은 지켜야 할 원칙과 절차가 있고, 불이익에 대한 명확한 대응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협정은 민주국가의 기본적 틀을 모두 무시한 채 '속전속결'로 추진된 듯하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이 협정의 모든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고, 국민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국은 더 늦기 전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독단은 헌법으로 통제되어야 하며, 그 책임은 결국 국민이 묻는다.
정녕 대통령 독단으로 이 문제를 처리한다면,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
죄명은 문민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