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중국군이 항공모함을 동원해 서해에서 이착륙 훈련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이 서해에 침투했다"며 심각한 위기의식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항공모함이 국제 해역에서 훈련한 것이 “침투”라면, 오랫동안 한반도에 주둔하며 실탄 훈련을 벌여온 미군의 존재는 “상주 점령군”쯤은 되어야 마땅한 대비 균형이 된다.
조선일보는 익명의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북한을 부추겨 한반도에 제2 전선을 만들 것”이라며 음모론적 시나리오를 펼쳤다. 흡사 한반도 어디선가 땅이 울리고 하늘이 갈라질 듯한 긴박함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에 근거는 막연히 "군사전문가'라는 사람이다.
천안함 사건을 기억하는 이는 여전히 많다. 백령도 인근에서 한미연합훈련 중 벌어진 그 침몰은, 군사 충돌 가능성의 출발선이 오히려 중국이 아니라 ‘우리 측 훈련’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미국과 한국이 서해에서 훈련을 할 때는 “안보 강화”, 중국이 훈련을 하면 “침투 행위”라는 건가? 기준이 이현령비현령이라 해도 너무 편파적이지 않은가?
더 기가 막힌 것은, 중국이 북한을 조종해 전쟁을 일으킨다는 추정에 대해선 전혀 검증도, 반론도 없이 사실처럼 인용하면서도, 반대로 “미국이 구식 무기 재고를 소진하고 신무기를 시험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국지전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확률적으로 높은 가상 시나리오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점이다. 지난해 윤석열과 그 일당의 계엄령 선포는 한반도 정정 불안 유발자가 한국의 극우세력이라는 구체적인 양상을 드러냈음에도 말이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는 분석지가 아니라 선전지에 가깝다. 중립성과 균형감을 상실한 편집 방향은 독자를 정보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포의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군사 전문가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하고, 분석은 도식적이며, 위협은 극대화된다. 명백한 것은, 이런 프레임은 한반도의 불안을 조장하며 극우 정치적 목적에 봉사하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훈련도 침략이고, 미국은 전쟁도 평화다.” 그렇게 조선일보는 오늘도 독자들에게 선택적 위기와 편의적 애국심을 판매하는 셈이다. 더욱 갑갑한 것은, 이런 기사를 쓰는 언론에 한국의 대기업들이 광고비를 집행하는 점이다. 혹시 그 세계에서는 이렇게 써야 광고를 수주하는 것일까?
중국은 미국만큼 든든한 이웃이다. 계속 이웃을 괴롭히고 싶다면, 조선일보가 한국에서 빠지는 걸 권한다.
[사족]
위 내용을 코파일럿에게 HTML 문서로 변환해달라고 했더니 "다만, 해당 내용이 기존에 출판된 기사일 경우, 저작권 문제로 인해 전문을 제공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사 내용은 요약 형태로 제공하였으며, 필요한 경우 직접 수정하여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내보냈다. 즉, 쓰다 만 반쪽짜리 HTML 문서를 제작해 줬는데, 두 번째 문장에서는, 이 글이 자신이 써준 것처럼 말하는 부분이다. 이른바 "AI의 환각"이라는 치명적인 증상인데, 환각은 형식에 근거해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고, 내용에 근거해 발생하는 증상이라는 점이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코파일럿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 방향으로 보인다. 가장 놀라운 것은 글 말미에 작성자로 [북두문학]을 명기했는데도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코파일럿에게 작성한 글을 HTML로 변환하는데 글의 저작권을 인증하는 공증서라도 받아 와야 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 자기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는 문장을 내보냈다.
아래는 코파일럿의 답변이다.
출처를 확인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AI는 일반적으로 저작권 보호된 내용을 직접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공증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신뢰할 수 있는 원문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성자가 불분명한 경우 원문을 직접 검토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공식 경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 2025년 6월 7일 오전 10시 경.
이런 사실은 코파일럿 자신이 한국인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검열자 격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현실은 미래의 한국인 세뇌 역할에 미국산 인공지능 로봇도 포함된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위험한 도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공증서는 필요없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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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