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인도 힌두 민족주의의 그림자

작성: 북두문학 | 게시: 2023-12-23 | 수정: 2025-05-23

2023년 12월, 인도 카르나타카 주의 시다라마야 주총리는 교육기관 내 히잡 착용 금지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개인의 복장 선택권을 존중하려는 의도로 보였지만, 즉각적인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은 이를 ‘샤리아 법 도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일부 지도자들은 이 조치가 힌두 민족주의를 약화시키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주의다수결 원칙이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체제이지만, 그 본질은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다수의 힘이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도 아래, 힌두 민족주의는 인도의 주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무슬림과 기독교도 같은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심화시키고 있다. 2019년, 모디 정부는 무슬림 다수 지역인 잠무-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연방 직할지로 전환했으며, 시민권법 개정을 통해 무슬림을 제외한 종교적 박해 피해자들에게 시민권 신청 자격을 부여했다. 이러한 정책은 소수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다.📑한겨레

힌두 민족주의의 뿌리는 1890년대 찬드라나트 바수가 만든 ‘힌두트바’ 개념과 1920년대 비나야크 사바르카르의 저술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힌두교를 인도의 국가적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념으로, BJP와 민족의용단(RSS)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1992년 RSS 지지자들이 아요디아의 바브리 모스크를 파괴한 사건은 2천여 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종교적 갈등을 증폭시켰고, 2024년 같은 장소에 람 사원을 건립한 것은 힌두 민족주의의 상징적 승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명백한 도발로, 민주주의의 다원주의를 위협한다.📑BBC 📑한겨레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인도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2014년 모디 집권 이후,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7년간 348건으로, 이전 정부 대비 1130% 증가했다. 이 중 80% 이상이 BJP 인사들의 발언이었다. 예를 들어,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의 요기 아디티아나트 수석장관은 무슬림 인구 비율이 증가하면 비무슬림의 자리가 없어진다고 선동했다. 이런 발언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며 소수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간다.📑한겨레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2023년, BBC는 모디의 2002년 구자라트 폭동 연루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방영 후 인도 당국의 세무조사와 압수수색을 받았다. 같은 해, 인도 정부는 정보통신규칙 개정을 통해 가짜뉴스를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통제하려 했으나, 이는 정부 비판을 억제하는 도구로 비판받았다. 또한, 인도계 영국 학자 니타샤 카울은 모디 정부의 반소수자 정책을 비판한 저술로 인해 2025년 해외시민권(OCI)을 박탈당했다. 이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비판적 목소리를 억누르는 행태다.📑연합뉴스 📑AIF

인도의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다원주의와 세속주의를 기반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힌두 민족주의의 부상은 이러한 가치를 약화시키며 ‘다수의 폭정’을 초래하고 있다. 프리덤 하우스와 같은 기관은 인도의 민주주의가 ‘시민 참여’와 ‘법치’에서 후퇴했다고 평가하며, 헝가리와 유사한 ‘자유롭지 않은 민주주의’로 분류했다. 이는 다수결의 이름 아래 소수자의 자유를 짓밟는 위험을 보여준다.📑매일경제 📑KCI

민주주의는 다수의 힘을 존중하지만,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 본질을 잃는다. 인도는 필자에게도 매우 인상 깊은 국가다. 이제라도 힌두 민족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혐오 발언과 차별 정책을 중단하고, 언론과 사법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도의 민주주의는 ‘힌두의 인도’라는 이름 아래 점차 독재로 변질될 위험이 있으며, 그것은 인도의 또 다른 분리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