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에 대해 “정권 교체와 함께 대한민국 외교 노선이 바뀌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일”이라고 비판하며, 사실상 참석을 강요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히려 이번 정상회의 참석은 신중히 고려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불참을 선택하는 것이 국가의 외교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권이 바뀌면 외교 정책도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권 교체의 의미는 단지 행정권력의 이동이 아니라, 그에 따른 정책 방향의 재설정까지 포함한다.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기존 정부의 외교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일 뿐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무시하는 태도다. 외교 역시 국민의 뜻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특히 지난 정부는 한미일 중심의 안보 동맹 강화, 나토 정상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노골적인 대중(對中) 견제 성격의 외교 노선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과 통상 균형의 경제적 고려를 생각할 때, 지나치게 일방적인 접근이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북한 문제 접근에도 필수적인 파트너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보다 균형 잡힌 외교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토 정상회의는 권역 군사 동맹의 정치적 확장판인데, 대한민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아시아 국가 초청의 의도는 유사시 분쟁 지역을 확장하려는 나토의 지혜일 뿐이다. 참석 여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외교적 실익과 신중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오해를 줄이기 위한 의례적 참석’보다 훨씬 중요한 원칙이다.
또한 실 없는 인사치레로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다면, 당연히 고사해야 하는 게 옛부터 전해진 전통이다. 이재명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재명과 악수를 나누지 않기 위해 손을 뒷짐진 채 이를 앙다문 연출을 보여준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선동의원의 모습은, 지금 이대통령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대통령의 나토회의 참석은, 지난 정부가 노골적으로 비토했던 중국에 대한 균형 잃은 처신의 확장으로 읽히지 않을까?
국내 정치적 프레임으로 정부의 외교를 흔드는 것은 곤란하다. 외교는 정파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이전 정부의 입장을 강제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외교 자주권 침해이고 미련한 외교다. 외교는 모아니면 도가 아니고, 최대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이 지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아 선출된 정당한 정부다. 이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외교 원칙과 전략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정당한 입장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주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억지로 과거 노선에 발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따른 새로운 균형 외교를 뚝심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