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이준엽 | 게시: 2025년 6월 1일
유시민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진보 진영의 ‘이성적 상징’으로 불렸지만, 최근 그가 설난영 씨를 두고 내뱉은 학벌 품평 발언은, 그의 인성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 이해심을 기반으로 삼았던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의 발언은 한국 진보 정치 엘리트층이 학벌주의와 계층주의에 얼마나 중독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보정치의 단면이다.
설난영 씨의 학벌을 평가절하하고, 그것이 마치 인격이나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도 되는 듯 발언한 유시민의 모습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 어떤 위선과 모순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태도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품격 없는 품평”의 비하 대상은 설난영이 아니라 유시민이어야 했다.
이런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건희의 학력 위조 논란이나 조국 일가의 입시비리 사건 역시, 결국 ‘좋은 스펙’이 사람의 격을 높여준다는 사회적 풍토가 일상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진보든 보수든, 결국 ‘성공은 좋은 스펙에서 나온다’는 전제가 사회적 동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보 진영이 외형적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누가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를 평가의 핵심 잣대로 삼는 모순된 짓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학벌주의보다 더 심각한 건 직업에 대한 비하다. 김건희 여사가 과거 술집에 나갔다는 주장(진위는 별개의 문제)을 두고,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이 “그런 여자가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장면은, ‘진보’라는 이름이 얼마나 허위로 뒤덮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술집 종사자, 제조업 노동자, 청소노동자는 영원히 ‘국가의 얼굴’이 될 수 없다는 낡은 선입견이, 약자를 대변한다는 이들 입에서 나오는 현실이야말로 참담하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말이 결국 표를 얻기 위한 '미사여구'였다는 자백과 같은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사탕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술집에서 서빙하던 사람이, 청소노동을 하던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평등 사회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가치 아닌가? 그런데 민주주의와 평등을 말하는 자들이 오히려 직업을 품평하고 타인의 인생을 싸구려로 매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적 기만이며 문화적 후진성의 표본이다.
유시민의 저질 품평 발언은 그와 그인 친구들 일부는 약자의 거짓 친구였음을 말하는 내용이다. 약자의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았지만 ‘가짜 귀족’으로 약자를 깔보는 그 위선의 가면은 낡아 찢어지고 있다. 진보를 자처한다면, 그 시작은 “모든 직업에 대한 존중”과 “타인의 인생에 대한 예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면서, 무슨 노동운동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자들이니, 또 다른 공장 노동자 출신의 이재명은 얼마나 깔보고 있을까?
과거 김대중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작가 김홍신의 주둥이질 사건에 비견되는 추악한 모습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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