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명칭이 한미군사연합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긴장 고조는 목표에 맞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긴장 상황이 없다면 군사연합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작년 9월 9일 정권수립 73주년에 펼친 심야의 열병식에서 미사일이 아닌 트랙터와 소방차를 꺼내자 다음과 같은 분석들이 나왔다.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화 모드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다.”_연합뉴스
“의외의 열병식이 허를 찔렀는데, 이는 북한이 일부러 예상을 흩뜨리려고 한 면이 있다”_박원곤 교수
“열병식만 두고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를 낮췄다고 보긴 이르다.”_양무진 교수
“우리는 특별히 반응할 것이 없다. 우리는 그 정권에 대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고...”_미국국무부 대변인
한마디로 북한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모든 해석이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미국 같은 경우는 뻔뻔한 거짓말도 태연자약하다.
“그 정권에 대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고”라는 말은, 방금 닭 한 마리를 잡아 먹은 악어가 자신은 원래 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차이가 없다. 정녕 북한 정권에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다는 말이 맞다면, 남한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는 말로 받아들여야 하니 말이다.
이런 어긋난 정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고질적인 병폐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 제재를 찬성하지 않는 나라 중 가장 눈에 띄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그렇지만 서방 주요 국가들 모두 이스라엘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해석하기 쉽지 않은 유대관계와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때문이고, 또한 이스라엘이 강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스라엘을 이해해 준 서방 국가들이 작고 힘 없는 나라인 스리랑카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3월 18일.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미국, 영국, 호주, EU 등 서방의 주요 국가들과 일본이 스리랑카가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는 것을 성토하며 제재와 비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재국 대사들이 모여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지만, 스리랑카가 힘없는 약소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스리랑카는 관광 수입이 국가 재정의 절반을 넘는 나라이고, 그 관광객의 4분의 1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다. 그런 이유로 전쟁 발발 후 상당 기간 스리랑카에는 양국의 관광객 수천 명이 고립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스라엘 보다 스리랑카의 중립적 포지션이 더 이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부자 나라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해와 달리 스리랑카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환위기에서 도움을 철저히 외면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는 외환위기를 유도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대사들은 스리랑카가 러시아를 비난하고 중국이 스리랑카에 투자한 것을 후회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스리랑카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전에는 어떤 서방 국가들도 스리랑카의 산업화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스리랑카는 실론티와 향료만 생산하고 백인 여행자들의 뒷바라지만 하면 되는 나라로 봤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리랑카에 대한 주요 채권국 순위에서 중국은 겨우 4위고 그 앞에 일본이 3위지만, 서방과 친서방 국가에 속한 언론들은 중국의 투자금이 스리랑카를 힘들게 한다는 왜곡의 기술만을 사용한다.
이스라엘과 스리랑카 모두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똑같은 포지션을 취했지만, 서방 국가들과 일본의 힘은 약한 국가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너무하다 싶고 또 지나치게 교활한 모습이지만, 언론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 진영이라고 해서 모두 정의롭거나 옳은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뻔뻔한 면이 더 많이 보인다. 그건 지금 한국의 정치인들을 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국가에 사명감이 아니라 권모술수에 능한 자들의 모임체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