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공조’는 미국의 훈시 조약이 아니다

요약: 한미일 공조와 한국의 외교 주권

이준엽 | 게시: 2025-06-24

이재명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결정에 대해 미국 내 우파 이익을 대변하는 스피커들의 반응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싱크탱크 인사들은 마치 한국의 ‘불참’ 결정이 미국에 대한 ‘항명’이라도 되는 듯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발언은 우방국을 존중하는 태도라기보다는, 종속국에 대한 훈계에 가깝습니다.

과도한 위협과 내정 간섭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은 불참 결정이 “한국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외교적 자율성을 행사한 결정에 안보를 빌미로 위협을 가했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내정 간섭이며,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강권 외교의 민낯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 지시를 따르는 외교 하청국이 아닙니다.

그 협박의 내용대로 정녕 한국에 미군이 필요 없고 철수하겠다면, 이제까지의 건강한 미국처럼 멋진 모습으로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입에서 나온 말대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기 위해 떠날 생각을 가졌다면, 매우 추한 모습으로 멀어지는 선택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하청 구조로 변질된 ‘한미일 공조’ 해석

이들 우파 스피커들의 주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한미일 공조’라는 표현이 언제부터인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동조하며, 한국은 따라야 한다’는 하청 구조로 해석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빅터 차 CSIS 석좌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에, 자동차 관세를 언급하며 한국의 외교 정책에 사실상 개입을 시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이해를 정치적 줄세우기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동맹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입니다.

미국의 의중에 따르지 않았으니, 미군 철수 협박을 하고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듯한 언사를 과감히 내뱉는 것은 한미관계가 이미 대등하지 않았다는 고백과 같습니다. 이런 수준의 동맹이라면 파기가 양측에 더 건강한 미래를 안겨 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대착오적인 압박과 신뢰 훼손

미국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식의 언행은 과거 냉전 시대의 발상입니다. 미국의 쿠바 봉쇄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국의 주권적 선택이 미국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쿠바는 수십 년간 경제적 고립과 제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에 그런 식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문제를 떠나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의심이 가득해집니다.

진정한 동맹의 의미

‘한미일 공조’는 민주주의와 평등한 협의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외교이고, 그것이 진정한 동맹입니다. 한국은 스스로의 이익과 국민의 선택에 따라 외교 정책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부당한 압박이 이를 흔든다면, 동맹은 그 순간부터 신뢰를 잃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은, 현 시점의 긴박한 중동 정세 등을 고려할 때도 매우 타당하며, 지난 정권의 불필요한 중국 배척에 대한 균형 외교 회복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미국이 진정한 우방이라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결정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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