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오해 - 대법원에 깊은 유감이다.

  • 스낵씨
  •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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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맥락을 보지 못했는가, 외면한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는 본질적으로 공격과 방어의 연속이다. 특히 선거는 그 정점이며, 후보자들은 경쟁자의 비판에 대응하며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려 애쓴다. 이런 정치적 문법 속에서 나온 말 한마디를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단지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과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며, 나아가 인간이 가진 방어 본능마저 부정하는 결과다.

  오늘 이재명 대표에게 내려진 대법원의 유죄 판결은 이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는다. 대법원은 이 대표의 백현동 관련 발언이 국회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투표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야당의 지속적인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본질적으로 방어적 성격이 강했다. 스스로 의제를 기획하여 대중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파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비난에 응대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무시하고 그 발언을 ‘공표’로 간주하여 형사처벌로 이끈 것은, 사법의 영역이 정치적 토론의 장까지 침범한 잘못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김문기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한 발언 역시, 국민의힘 등 정치적 반대 세력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당 사진조차 국민의힘이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먼저 거짓 자료를 들고 나와 유권자를 기만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질문에 답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단죄한 것은, 정치적 현실뿐 아니라 인간의 방어 본능까지 형벌로 제한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다.

  ‘허위사실 공표’라는 죄목은 단순한 부정확성이나 기억의 착오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허위 정보의 유포를 통해 유권자를 기만하려는 의도가 분명할 때 적용되어야 한다. 정치적 논쟁 속의 즉각적인 반박이나 다소 부정확한 표현은 언론의 검증과 유권자의 비판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유권자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못해 사법부가 진위 여부를 단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정치인의 모든 발언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회는 결국 정치적 표현을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닫게 만든다. 정치인은 더 이상 자유롭게 대중을 설득할 수 없으며, 법률 자문 없이는 말 한마디조차 꺼내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정치인의 입만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나 정치 진입 초기 단계의 도전자들 모두에게 결정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공화국 변호사공화국 소리를 듣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활력을 훼손하는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북한과 무엇이 다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대법원이 법률적 형식논리에만 기대어 정치 발언의 맥락과 본질을 외면했다면, 이는 사법부 스스로 법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정치적 발언에 대한 판단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투표와 정치적 책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한편으로는 대법원 상고심 재판에 법관이 아닌 일반인을 동수로 배치하는 제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늘의 졸속 판단이 한덕수 국무총리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어떤 정치적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국민의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판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해임에 대한 일종의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내려졌다면, 그것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저버린 결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반영된 재판으로 읽혔다.

 

북두문학/이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