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공약이 가려버린 민생은 누가 챙기나

  • 스낵씨
  •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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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 공약이 가려버린 민생의 진짜 얼굴

– 과학기술 R&D 중심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대선이 다가오면 후보들이 빠지지 않고 꺼내 드는 공약 중 하나가 바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확대다. 첨단기술 강국, 미래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그럴듯한 명분들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최근 이재명 후보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백신, 수소, 미래차 등 미래 산업을 키우겠다며 구체적인 분야까지 제시했다. 다른 후보들 또한 유사한 노선을 걷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바람직한 방향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과연 ‘AI 경쟁력’인가, 아니면 ‘일자리’인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청년은 물론이고 중장년과 노년층까지 실업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과연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첨단 기술 산업에 흡수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이 산업들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과연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대부분의 과학기술 중심 산업은 고소득, 고학력 전문 인력 중심의 구조다. 그 결과, R&D 투자의 과실은 정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혹은 이미 부유한 계층에게 돌아가는 투자임이 증명되어 있다. 게다가 극단을 내세워야 인기를 끄는 정치 구조는 '투자'라는 경제 원리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투자는 다시 고용 불안이나 경제 불균형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다. 그것은 정치적 투자로 유발된 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 국내 소비보다는 해외 여행이나 고가 수입품 구입에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반복된 예처럼, 정치적 투자와 내수로의 연결 고리는 미미하다. 기술 발전이라는 이름표를 붙였지만, 국민 삶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불균형한 성장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때로 정치적 투자 외침은 교활하기까지 하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는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 없어 고초를 겪고 있다는 황당한 기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면 오히려 그 기업 경쟁력 자체를 되짚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은 국내 고용 창출보다는 글로벌 시장, 특히 부유한 미국을 위한 생산 기지 역할에 집중하거나, 아예 미국에 공장을 지어 미국인들을 보살피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어떤 정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걸까?

  이 같은 상황에서 과학기술 투자 중심의 경제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낙수효과 없는 성장을 더 고착화시키는 일이다. 고임금 기술직만 성장하는 구조는, 결국 서민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을 소외시키며 한국 사회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국민 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중심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편적 소비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산업’에 좀 더 눈을 돌릴 때라는 말이다.

  국민의 대다수는 최고급 기술을 원하지 않는다. 적당한 품질, 합리적인 가격, 안정된 서비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원한다.

  과학기술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반 소비재 시장의 활성화, 중소기업과 자영업 기반의 내수 확대 전략,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구조 전환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이 화려한 기술 용어들 이면에 숨은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공약이 내 삶을 얼마나 바꿔줄 수 있는가?”

  아직 공약 제시가 다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위안한다.

북두문학/이준엽